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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시장의 불법과 ‘물정부’
 
김관오 기자
▲삽화=장재혁(미디어카툰 www.metoon.co.kr)     © it타임스

이동통신사에서 일하다 다른 업종으로 옮긴 사람들은 대개 “널널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합니다. 상대적으로 한가하고 여유롭다는 것이지요. 특별히 이동통신사의 대외·홍보 또는 마케팅 쪽에서 일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만큼 이동통신사들이 치르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그럴만합니다. 하루 단위도 아니고, 시간 단위로 가입자 증감 현황을 확인해 대책을 세워 영업 현장을 움직이니까요. ‘내 가입자 지키고, 남 가입자 뺏어오는’, 경쟁으로 포장된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야단할 일은 아닙니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은 미덕이니까요. 궁극적으로 이용자 편익증진에 기여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아쉽게도 이동통신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유례없이 따갑습니다. 심지어 비정부 정책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돈 놓고 돈 버는 비도덕적 기업들”이라며 비난합니다. “비정상 기업의 전형”이라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왜 일까요. 천박한 수준의 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보조금’을 최고의 경쟁수단으로 삼으니까요. 누가·언제·얼마나 쏟아부었느냐에 따라 가입자가 확확 오르내리는 현실이 십수년 째 바뀌지 않습니다.

급기야 ‘품질이 장땡’이라는 여타 업종의 지극한 상식이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비켜갑니다. 영업현장에서 전하는 고객들의 통신사 선택기준이 ‘단말기(보조금을 얹힌)>요금제(보조금과 연동된)>통신사 브랜드>품질’ 순이라는군요.

이동통신 3사의 CEO들은 “보조금 경쟁 그만하겠다. 그 돈으로 R&D 투자를 늘려 품질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늘 구두선(口頭禪)에 멈추지요. 왜냐고 물으면 언제나 같은 답이 돌아옵니다. “경쟁사가 (보조금을)싣는데, 가만히 당하란 말이냐”라고요. 가입자 1% 빼앗기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빼앗긴 1%를 되찾아 오기 위해서는 무려 1조원이 드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가입자 기반의 매출구조에 착근된 이동통신사들에게 보조금이 마치 필요악처럼 여겨지는 현실이지만, 이같은 ‘보조금 악순환’을 털어낼 수 있는 보기드문 기회가 있었지요. 지난 3월13일 시작돼 5월19일까지 이어진 45일 동안의 영업정지가 그 것입니다.

정부 당국(방송통신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이 사상 최장 영업정지라는 ‘방망이 다운 방망이’를 빼들었습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보조금 대란’이 가져온 국민 불편을 지적하며 스마트폰 보조금에 따른 폐해 해소를 직접 언급한 직후였던 까닭에, ‘이번에는 뭔가 변화가..?’라는 기대도 살짝 있었지요.

웬걸요. 영업정지 기간 중 불법보조금 투척은 여전했습니다. 이동통신사들은 예외없이 서로 경쟁사들을 향해 ‘더하면 더했지...’라며 삿대질을 합니다. 상호 신고한 불법 사례만 수백 건에 이른다는 전언입니다.

희한합니다. 방망이를 쥔 정부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 형국입니다. 신고가 들어왔으면 정상적으로 조사하고, 조사했으면 상응한 조치에 나서면 됩니다. 영업정지 기간에 발생한 불법(미래부 소관)과 영업정지가 일시 해제된 기간에 발생한 불법(방통위 소관)을 엄격히 가려 따지면 되는 것이지요.

자칫 ‘물정부’라는 힐난이 더 이상 힐난이 아닌, ‘당연’으로 다가올까 걱정됩니다. 최문기 장관의 “CEO 형사처벌도 불사할 것”이라는 사뭇 사나웠던 엄포가 시쳇말로 공갈에 불과한 것일까요. 윤종록 차관의 “CEO의 도덕성을 문제 삼겠다”는 우회적 경고를 메아리 없는 허망한 지적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요.

바야흐로 이동통신 시장은 불법보조금에 기반한 창조적(?) 불법을 양산할 태세입니다. 45일에 이르는 영업정지 기간 중 튼실한 내성을 키웠다고 할까요. 정부가 한 몫 한 셈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기사입력: 2014/06/05 [06:29]  최종편집: ⓒ it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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