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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리더와 차 한잔] 이기주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원장… 목소리는 좋은데, 입은 ‘자물쇠’
“KISA는 ‘지식창고’…필드에서 취한 역량 더없이 소중”
“원장 생각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 커…의욕·보람 체감”
 
장혜량 기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인터넷 진흥과 정보 보호·보안, 나아가 방송·통신 국제협력을 이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CT 전문기관이다. 최근에는 사이버침해 예방·대응과 인터넷윤리 분야에 역량을 모으면서, 이른바 ‘글로벌 ICT문화 창조기관’을 향하고 있다. 이기주 원장을 만났다.

▲ 그림=최민    © it타임스

▲일이 참 흥미롭고 재미있단다. 덧붙여 KISA에는 ‘묘한(?) 전통’이 있다며 애써 웃었다.

“일은 엄청나게 많이 하면서, 평가는 제대로 못 받는 곳? KISA가 그럴 겁니다. 전통일까요.(웃음) 지난해 부임한 후, 스스로 이 곳에서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KISA와 KISA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의욕이라고 할까요. (일을 많이 시켜)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재미있어요. 머리 아픈 일도 많지만, 사람이 뭔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공직 시절과 비교할 때 추진하는 일에 대한 성과 체감이 즉자적이고, 권한과 책임이 상대적으로 뚜렷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우선 한국 공무원들의 역할과 수고를 강조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 만큼 일이 많은 이들이 없을 겁니다. 법이나 정책을 만들고 제도를 시행하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손을 보탭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 실제 시행에 이르는 동안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요. 예산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 저리 시선을 둘 곳도 많고요. 더불어 관련 부처와의 협의, 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의견 청취·수렴은 물론 국회에 가서 설명도 해야 됩니다. 굉장히 긴 과정입니다.”

▲이어 KISA에서 공공기관장으로서 지낸 지난 9개월여를 ‘흥미 속 의욕과 열정’으로 정리했다.

“KISA와 같은 공공기관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아래서 움직이지만, 그 범위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성과 창출에 이르는 시간이 짧게 걸립니다. 원장의 생각과 신념이 무척 중요한 곳이지요. 원장의 그 것에 따라 결과도 많이 달라지고,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즐겁고 활기차게 일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기에 따라 보람 또는 활력을 스스로 얻을 수도 있거든요. 국내외 유관 기관과의 협력활동을 비롯해 원장이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성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긴다고 할까요. 그만큼 욕구도 생깁니다.”

▲이기주 원장은 공직 이후 잠시 대형 로펌에서도 일했다. 일하는 태도와 관련해 민간부문과의 차이도 크다고 말했다.

“민간분야에서 일할 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말로는 남을 위해 일한다지만, 결국 대개 자기를 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이 곳에서는 개인적 욕구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국익이나 공익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어 설정된 목표에 따른 성과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KISA가 지닌 경험과 역량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지식의 창고’라고 정리했다.

“와서 보니, KISA는 정말 지식의 창고입니다. 인터넷이나 정보보호와 같은 소관 분야에서 그 동안 쌓은 필드(현장)의 지식이 엄청나더군요. 참 소중합니다. 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해당 업무를 경험했던 탓에 크게 생소한 점은 없지만, 담당 직원들의 전문적인 설명을 듣다보면, 지적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는 업무에 대한 의욕으로 연결되지요. 공직 시절에는 해당 과제 범위 안에서 콘텐츠를 채우려는 사고가 앞설 때가 적지 않았습니다. 나름 분야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지만, 그래도 박스권(현장과 거리가 있는) 얘기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요. 지금은 제가 직원들을 ‘주마가편(走馬加鞭)’ 식으로 채찍질 합니다. 제 자신에게도 그렇고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을 강조했다.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대학강의에 나설 생각도 있다.

“모 대학에서 올 2학기 강의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원장으로 부임한 후 일주일에 2~3회 조찬이 있고, 오전·오후로 많은 행사가 있어 정규 강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승낙할 생각입니다. 강의를 통해 스스로 지닌 경험과 지식을 정리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의 본분은 첫째 교육, 둘째 연구, 셋째 봉사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봉사는 사회에 실제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학습, 즉 자기교육을 많이 해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정리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모 방송국 라디오를 통해 정보 보호·보안과 관련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목소리를 녹음했다. 목소리가 좋아 전달력이 남다르다는 주변의 호평을 굳이 겸손으로 가려 나타나는 어색함을 만들지 않았다.   

“제 목소리 좋죠?(웃음) 연초에 모 TV에서 진행하는 토론에 출연해 조명을 받은 일이 있었어요. 당시 제가 책 한 권 분량의 파일을 들고 토론에 참석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피디와 작가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더군요. 척 보니, 재미 없을 게 분명하다는 것이었죠. 질문을 받더라도, 준비해온 파일을 펼쳐 그저 읽어 내려갈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반전이 있어 흥미롭잖아요. 실제 방송이 끝난 후, 패널로 참석했던 인사들 중 전달력이 가장 뛰어나 놀랐다고 하더군요. 특히 목소리가 뛰어났다고.(웃음) 시선은 카메라에 고정해 놓은 채 질문에 대한 답변을 너무 잘했다는 칭찬까지 받았다니까요. 방송 끝나고 제작진이 제게 ‘그 두꺼운 자료 정리해준 직원들이 엄청 고생했을 것’이라며 ‘시원한 생맥주나 한 잔 사주시지요’라고 권할 정도였습니다.”

▲좋은 목소리에 더해 얼굴색도 한층 밝아졌다는 주변의 전언에, 목소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몇가지 더해준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중 목소리가 제일 낫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더 좋은 게 많은데.(웃음) 언젠가 기관을 찾은 방문객들과 얘기하다 질문에 답했더니,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분위기 있는 중저음이라던가. 실제, 1987년도 동아방송에서 생방송도 했습니다. 체신부 근무 시절인데, 연말 외국 친지에게 전하는 연하장을 언제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이었요. 마치 홍수나 가뭄 같은 일기를 보도하듯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목소리는 좋지만 입은 무겁기로 소문나있다. 공직 시절 별명이 ‘자물쇠’였다. 말을 무척 가려하고 신중하다는 얘기다.

“정보통신부 통신기획과장으로 근무할 때 모 일간지 사회면 기사로도 났지요. 당시 IMT2000을 비롯한 중요한 이슈에 대해 기자들이 아무리 물어와도 묵묵부답이었으니까요. 누군가는 크레믈린이라고도 했어요. 국장, 실장이 물어도 대답을 안했거든요.”

▲KISA에는 숙제와 난제가 적지 않다. 일은 늘어나고, 여건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KISA는 일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사이버 보안이나 개인 정보와 같은 이슈들이 그렇지요. 여기에 ICT가 발전하면서 생기는 역기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고심 중입니다. 업무는 늘어나지만, 인력과 예산 등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현실이 고민입니다. 결국 일 처리가 늦어지는 것이지요. 기관 출발 당시부터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도나 지명도에 걸맞게 시설이 갖춰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나주로 이전하면 서울에는 현재 인원의 25% 수준인 150여명이 남습니다. 이전하는 시기를 전후해 상황변화를 감안해 조정할 생각입니다.”
기사입력: 2013/06/19 [14:51]  최종편집: ⓒ it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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