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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종]우주발사체 '나로호'의 교훈(1)
 
정선종
나로호 첫 발사가 카운트다운 중 또 다시 연기 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과 걱정에 빠졌다. 카운트다운은 엔진점화 직전까지 발사체의 모든 기능을 컴퓨터에 연결된 센서들이 프로그램된 자동 순서에 따라 검사하는 절차이다.

문제가 생기면 빨간불과 함께 항목번호와 고장 내용이 스크린에 뜬다. 아울러 경보음이 동시에 울리고, 카운트 다운은 자동중지 된다.

본인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무궁화위성 관련 기술개발사업을 맡으면서 항공우주연구원의 주요 개발 사업에 공동팀으로, 혹은 자문역으로 참여했다. 또 kslv 개발계획 초기 형성단계에는 kslv 사업 자문위원으로 참여했었다.

우주기술의 요체는 발사체에 있다. 나로호는 3,600km를 올라가는 정지궤도 운반체가 아니며, 300km 고도의 저궤도 운반체이다. 추진력이나 제어기술이 비교적 더 간단하고 40년 된 낡은 기술로 여겨도 된다.

kslv-1은 러시아가 70년대에 사용하다 퇴역시킨 군용로켓을 한국용 저궤도 상용발사체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공동개발이라고 말하지만, mtcr 때문에 핵심기술인 엔진과 연료 관련기술은 이전이 안되었으며, 사실상 현지 공동조립 구매형식이 되고 말았다.

당시 필자를 포함 자문위원들은 kslv 사업필요성은 인정했지만, 기술 도입식 공동개발 시도는 일관되게 우려했었다. 영어와는 거리가 먼 러시아 기술자들과의 현장소통문제, 제한적으로 영문화 된 기술문서, 러시아 고유의 우주기술 규격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특히 국내 산업으로 토착화시키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싼 비용 등도 염려의 대상이었다.

우주산업의 시작은 발사체이다. 따라서 스스로 축적되지 않은 남의 기술은 비싼 우주사업의 외국 의존도를 높이는 까닭에 우주기술 보유가 목적인 우리로서는 전략적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미국보다 월등히 우수한 러시아 우주기술이지만, 서방우주산업 기술규격과의 호환성 문제로 서방국가에서는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난 2002년 당시 계약서 초안은 총예산 4,000억원을 투입해 일부러 러시아 로켓을 현지에서 공동 조립한 후 국내 반입하고, 라이선스를 얻어 국내 업체가 양산케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은 액체연료 엔진 기술이전 문제인데, 소련 붕괴 후 비틀거리던 러시아 우주산업체에 1990년 중반부터 서방 자본이 직간접적으로 많이 투자되면서, 러시아의 독자적 결정이 어려운 상황인 까닭에 2002년 당시에는 기술이전의 가능성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1,000억원 정도로 완제품을 주문 구매하더라도, 조립단계에서 우리 연구원들이 그 정도 수준은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러시아 현지 생산비로 2,000억원은 지난친 예산이라는 점도 지적되었다.

kslv-1 공동개발 체결 후 필자는 수차례 공론을 통해 독자기술 축적기회 낭비를 안타까워 했다. 실제 거듭된 발사연기 상황의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나로 발사장 준비과정까지 러시아 기술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면, 러시아 현지 공동조립과정에서의 우리연구원들의 역할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우주기술 개발은 신뢰도와의 싸움이다. 시행착오가 따르는 수차례의 단계적 시험발사를 통해서 비로소 숙성된다. 그러나 우리 연구원들은 어찌된 일인지, 충분한 예산을 가지고도 지름길을 가려고 하다가 최근에 와서야 후회하는 듯하다.

설령 선진국이 기술을 이전해준다 해도 산업 인프라에 의해 국내에서 핵심 부품을 스스로 만들어 보고, 조립·검사를 거쳐 여러 차례 쏘아 올려봐야 비로소 우리기술로 축적된다는 당연한 상식을 간과하지 않았나 염려된다. 

우주 시스팀 기술개발에는 왕도가 없다. 몇 차례의 시험 발사는 해봐야 한다. 그러나 이미 일반화된 저궤도 발사체의 개발 일정이 4년이나 지연되면서도 아직도 고장이 발견되는 것은 이례적이 아닐 수 없다.

나로호는 개발 시나리오 상으로도 실용위성 탑재전에 1~2차래의 시험발사를 러시아 현지에서 모의 탑제체를 싣고 해 보았어야만 한다.  이미 40년 된 기존 시스팀을 복재한다 해도, 일부 설계상의 수정이 있었다. 또 전자부품과 지상 제어시설이 최신방식으로 교체된 탓에 오히려 어려움이 많을 수도 있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나로호 발사체의 신뢰도에 우려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우주체 발사는 한강의 불꽃놀이 처럼 다분히 정서적인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번 발사가 성공했다면, 성공의 환희 속에서 잘못된 점들도 아마 모두 덮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러시아는 한국의 돈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저궤도 발사체를 한국에 계속 판매하려는 시도에 나섰을 것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역설적으로 kslv-1의 발사 연기가 오히려 다행(?)이고, 우리나라 우주개발에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 가 필자는 자위해 본다. 

2005년 kslv-1 첫 발사연기 시점부터, 기술확보에 관해 의문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하자,  곧이어 항공우주연구원은 오는 2017년까지 우리 발사체를 자체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부디 이번에는 개발 시나리오를 올바르게 수립해 지름길에 경도되어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이 되더라도 우리기술을 착실히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얘기다.

7년 세월과 5,000억 원 낭비는 하루빠리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1990년 초부터 항공우주연구원이 추진하다 포기해 버린, 고도 100km 이하 저궤도 로켓연구 사업이었던 ksr 계획으로 다시 돌아가서 차근차근 축적해 가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한다.

1조원 가까이 들어간 나로도 발사기지 건설도, 우주개발사업과 잘 조화된 계획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연 1~2회의 발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2016년 까지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이며, 발사체를 보유한 후에는 화물인 탑제체 수요도 장기적으로 담보돼야 한다.

첨언한다면, 관료들의 정책지원이 지나친 연구사업의 간섭으로 연장되면, 연구원들은 창의력을 잃고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도 접게된다. 나아가 책임회피에 불과한 궁리만 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수개월 간 밤을 지새우며 준비한 책임연구원들은 어디로 가고 공무원들이 기술적인 문제설명에도 앞장서야만 하는가?

우리기술로 개발한 나로호 발사가 성공만하면, 우리나라는 우주 선진대열에 진입한다고 과장하는 모습도 우습다. 국민적 기대를 부풀리는 일은 관계 연구원들의 신뢰성에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실적만을 좆는 관료들은 실패가 허용되는 연구원들의 개발계획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타 상용기술을 개발하는 대덕의 국책연구원들과는 달리, 항공우주연구원은 총리나 대통령이 이른바 보호막을 드리워줄 필요가 있다.

내년이 항공우주연구원 설립 20주년이다. 설립 취지요, 제일의 목표인 발사체기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게 더 큰 실패가 아닐까? 대통령이 언급한 전화위복의 기회를 어떻게 만들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정선종 (전 etri 원장, 위성통신우주산업연구회 고문)


 

기사입력: 2009/08/24 [17:30]  최종편집: ⓒ it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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