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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통신비 인하
안정상(통합민주당 방송통신 전문위원)
 
편집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통신요금 20%인하’라는 그럴싸한 공약을 내세웠다. 정부 조직 전면개편으로 떠들썩했던 인수위도 대통령 취임 전에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국민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요금 인하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총선용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시장경제 기조를 훼손한다는 지적에 휩싸이자 ‘발표에 오해가 있었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국민적 기대를 일거에 뭉개버렸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절정에 치달은 지난 11일 여당과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시 한번 통신요금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일면 그럴듯하다.

기초생활수급자중 18세 미만 65세 이상이던 저소득층 감면 대상범위를 기초생활수급자 전체와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겠다느 것이다.

또 현재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해 기본료와 통화료를 35% 감면해 주던 것을 기본료는 전액 면제하고 통화료는 50% 감면으로 늘리며, 차상위계층에 대해 현재의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으로 감면해 준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대책이 저소득층 중 일부 극소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고물가에 허덕이는 대다수의 일반 중산층과 서민층의 현실을 철저하기 무시한 그야말로 ‘생색내기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당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대책으로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감면 규모가 59억원에서 5,000억원대로 대폭 늘어나고, 감면 혜택 대상자도 총 370만명이나 된다고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보면 이는 기존에 18세 미만이거나 65세 이상, 중증장애인, 근로곤란자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던 감면혜택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급조한 나머지 시행시점 조차 명시가 되어 있지 않다. 정책 시행을 위해 필요한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개정과 ‘보편적 역무손실보전금산정방법’ 고시 변경 등의 구체적인 대책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더욱 황당한 것은 막상 요금을 인하할 이동통신사들과의 사전 조율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감면정책에 따른 관련 약관의 변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방송통신위원회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도 없이 설익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른바 비즈니스프랜들리(business friendly)를 내세우는 이 정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겉으로는 친기업적 정부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뒤에서 힘으로 압박하는 전형적인 개발독재시대식 정책추진 방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나아가 국민들을 호도하기 위해 그럴싸한 포장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언제 시행될지도 모를 정책을 마치 당장 시행될 시혜적 정책인 것처럼 꾸며 국민들에게 또다시 기대만 잔뜩 불어 넣어 주는 꼴이 됐다.

현시점에서 정작 필요한 방안은 우선적으로 도입취지가 해소된 가입비제도 폐지와 기본요금 전면폐지 또는 대폭 인하다. 망내할인제도는 할성화하되 소량이용자에게는 무익하고 일반소비자에게는 추가부담으로 작용하는 월정 기본료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본 서비스에 불과한 발신자번호표시 요금의 전면 폐지, 문자메시지 요금의 대폭 인하 등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감면제도를 내놓아야 한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국내 3개 이동통신사들은 그동안 불합리한 통화료 과금체계로 년간 8,700억원의 낙전수입을 챙기면서도 데이터서비스와 화상전화 요금을 시간제에서 용량제로 전환하는 비용, 과다한 판매 촉진비 등을 이용자 요금에 전가시켜 가계통신비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로 하여금 대폭적인 요금인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엄격한 이용약관 인가 심사를 비롯하여 다각적인 행정지도적 조치를 해야하는 마땅한 이유다.

이미 준공공요금으로 자리잡은 통신요금은 국민의 기초생활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단순히 시장경쟁논리만을 고집할 수 없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장의 자율경쟁을 유도하는 동시에 유연한 시장 개입정책을 통해 요금인하방안을 강구해 주길 촉구한다.



기사입력: 2008/06/24 [00:00]  최종편집: ⓒ it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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